[7/31 논평] 죽음의 발전소, 정부가 범인이다
- 한국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하청노동자를 애도하며 정부 책임을 묻는다
지난 28일,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비계 해체 작업을 하던 중 8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한 이는 공교롭게도 또, 하청노동자다. 연이은 죽음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 녹색당은 고인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이러한 죽음을 초래한 정부에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
6년 전인 2019년, 故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후 구성된 ‘특조위(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분절화된 원하청 구조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여전히 공고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 김용균 이후 발전소에서만 1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동해화력발전소에서 비계 해체 작업을 하다 추락한 하청 노동자가 딛을 ‘안전’ 발판은 없었다. 이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방호울도 없는 선반 가공 작업 중 끼여 사망한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간격으로 반복된 죽음이 우연일 리 없다. 안전시스템의 공백과 다단계 하청구조, 외주화가 낳은 구조적 살인이다. 고인은 원청인 한국동서발전(주)에서 환경설비 공사를 수주받은 하청업체 (주)영진의 단기 노동자였다. 이러한 하청 구조 속에서, 비용의 문제는 더욱 현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위험 작업을 거부하지 못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현장 개선 요구는 원청에 닿지 못한 채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 촉발된 사회적 요구와 투쟁으로, 현장 안전 시스템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다. 우리는 그렇게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노동자 작업중지권 확보와 위험작업 도급 금지 등을 쟁취했다. 이들의 핵심 목적은 산업재해(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시스템의 마련이며, 그 핵심 전제는 현장 노동자들의 실질적 참여다. 하지만 자본은 서류상의 안전만 강화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여전히 공고한 다단계 하청 구조 속 서류만 강화된 안전은 도리어 현장의 위험을 가리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여전히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과 위험은 주변화되었다. 이들의 위험작업 거부권과 안전설비 요구권은 보장되지 못했다. 하청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원청 직접교섭권을 포함한 노조법 2・3조 개정 역시 여전히 완수되지 못한 실정이다.
故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 후, 한전KPS 사측은 원인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은 현장에 김충현의 동료들을 복귀시키려 했다. 고용노동부는 긴급 작업중지를 요하는 김충현 대책위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했다. 트라우마 치유는 커녕 상처를 후벼파는 사측과 노동부의 행위로 인해, 김충현의 동료들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할 틈도 없이 싸워야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노동자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를 또다시 죽인 것은 민영화와 외주화의 일환으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조장해온 정부와 자본의 책임이다.
애도의 시작은 책임이어야 한다.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은 애도를 ‘표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행하는’ 일이다. 이에 녹색당은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정부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안전 대책 마련하라!
- 정부는 고(故) 김용균의 죽음 앞에 약속했던 발전소 하청 구조 해결과 정규직화, 인력 충원을 즉각 이행하라!
- 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참여가 보장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
- 다단계 하청 구조를 만들며 위험을 조장한 발전 원청을 강력히 처벌하라!
- 위험을 가리고 전가시키는 산업 전반의 다단계 하청 구조를 지금 당장 폐기하라!
녹색당은 죽음의 발전소 앞에 생명의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끝내 정부가 책임을 이행하도록 싸우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