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경남녹색당, 전남녹색당, 전북녹색당, 녹색당 논평] 산과 삶을 파괴하는 정치를 멈춰세워라
-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 백지화를 환영한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지고 있는 윤석열의 내란 사태 속에 파묻힌 기쁜 소식이 있었다. 지난 12년 동안 전북 남원시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추진해온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에 대해 전북지방환경청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내린 것이다. 지리산 자락 이편과 저편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남원, 구례, 산청, 하동, 함양 사람들이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와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끈질기게 반대 투쟁을 벌여 만들어낸 귀중한 승리였다. 앞서 환경부가 40년 만에 설악산 삭도(케이블카) 건설을 ‘조건부 동의'한 이후 산악 개발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시기이기에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지리산 권역이 산악열차 외에도 온갖 개발 경쟁에 둘러쌓여 몸살을 앓고있는 현실은 여전히 캄캄할 뿐이다. 지리산 준령을 넘는 도로, 케이블카, 모노레일, 리조트, 골프장 그리고 생수공장까지 지자체와 사업체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리산을 파헤치고 있다. 경남 산청군만 보더라도 삼장면에서는 두 생수 업체가 매일 1천 톤 이상의 생수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지하수가 바닥이 나면서 나무들이 말라 죽고, 급기야 주민들이 사용할 물도차 부족해졌다. 차황면에서는 절반 이상의 산지를 밀고 35만평 규모 27홀 골프장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골프장 부지가 저수지를 양쪽에 두고 있어 서부경남 식수원 오염, 농업 피해가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산청군이 허가를 내주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등 지리산권 지자체들이 주민들의 삶과 지리산 생태계를 희생하면서까지 산악 개발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지자체의 낮은 재정 자립도와 부족한 일자리, 취약한 공공인프라 등이 있다. 2023년 지리산권 지자체들의 재정 자립도는 모두 7~10%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또한 철도공사가 '벽지' 노선을 중심으로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전체 무궁화호 94편을 감축하는 등 교통을 비롯한 지역의 공적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 지역을 주변화하고, 자원을 수탈하는 느린 폭력 속에서 지역민의 삶은 날이 갈수록 왜소해지고 있다.
따라서 지리산 난개발 이슈들은 지역을 식민화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난개발의 주범은 지역 토호세력과 손맞잡고 토건 사업에 나서는 기득권 정치 세력이다. 의원 전원이 민주당 소속인 남원시의회는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이 현행법상 실현 불가능하고, 생태적, 경제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만장일치로 사업에 동의했다. 2015년부터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대규모 산악관광개발사업을 추진했던 경남 하동군에서 지방의회는 감시와 견제는 커녕,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산지관리법상 규제를 풀어달라며, '산림휴양관광특구' 지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윤석열과 극우 세력의 반동의 정치를 낳은 신자유주의적 정치는 이곳 지리산 자락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산악 개발, 생태 학살, 주민의 삶을 파괴하는 정치와 한몸을 이루고 있다. 윤석열 퇴진 국면에서 민주당은 광화문 광장에서는 민주 투사가 되어 극우 세력 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지역에 가서는 토호세력의 충신으로 변신하여 풀뿌리 민주주의와 민중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호남 지역에서의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지리산 권역의 온갖 개발사업과 새민금신공항 건설, 영광핵발전소 수명 연장 및 방폐장 건설은 모두 민주당이 앞장서고 있는 사안들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광장의 투쟁은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지역 민중의 입을 막고, 평범한 이들의 삶과 자연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정치 세력의 사기 행각을 폭로하는 장이 되어야한다. 지역을 식민화하는 지금의 정치 질서를 완전히 뒤집는 투쟁을 지역에 있는 우리가 만들어야한다. 진보정치는 민주대연합 노선에 기웃거리지 말고, 신자유주의 적폐 정치가 지우고 파괴하고 있는 '지리산'으로 가야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지리산이고, 우리가 바로 지리산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평등과 공존을 향한 사회 변혁을 상상하고, 싸움을 조직해야 한다.
아울러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최근 전북지방환경청으로 접수되었다. 이에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을 3년이 넘도록 지킨 천막 농성장이 어제 전주 전북지방환경청으로 이사를 갔다. 남원의 산악 열차를 멈춰세웠던 것처럼 전북지방환경청이 새만금신공항 건설을 중단시키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