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논평] 산불 대응 체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 영남 지역 산불 참사에 부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8일 오전 9시 기준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로 서울 면적 ⅔ 가량의 땅이 타버렸고, 여기에 사망 28명을 비롯 사상자 65명의 인명 피해가 있다고 밝혔다. 수천 채의 건물이 사라졌고, 산불로 인한 비인간 동물의 피해는 집계조차 안되고 있다. 내란 사태로 심란한 시국과 겹쳐 역대 최대의 산불 피해 소식에 참담함을 감출 길이 없다.
녹색당은 산불로 인해 피해를 보고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명복을 빌며, 사망자의 유가족과 지인들에게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9인의 중상자를 비롯한 모든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와 산불 진화를 위해 며칠째 쉼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방 대원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안전을 기원한다.
그러나 ‘응원’과 ‘기원’만으로는 또다른 산불 참사를 막지 못할 것이다. 지구 기온이 오르고 해류와 대기의 흐름이 급변하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땅의 수분이 말라가는 기후위기의 시기에 작은 실수는 언제든지 크나큰 재앙으로 발전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전과 같이 관례화된 대응을 넘어서는 산불 대응 체계의 근본적 전환과 공공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피해자, 특히 삶터를 잃은 이들이 안정적으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보호와 지원, 안전과 건강 보장을 위한 대전환이 필요하다. 산불 피해자 대다수가 고령자이며 어린이, 청소년, 여성, 이주민 등 다양한 이들이 피해를 받는 현실을 반영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과거 고성군이나 강릉-동해 산불로 집을 잃은 주민들이 여전히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주거에서 생활하면서 물과 에너지 비용을 포함한 생활비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난의 책임이 없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일을 막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둘째, 평소 충분한 장비와 인력에 대한 투자와 배치가 없는 상황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쥐어짜기식으로 동원하는 대응 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이미 소방 헬기 추락으로 70대 베테랑 노동자가 숨졌는데, 산불 진화 헬기의 평균이 수명은 적정 교체주기인 20-25년을 한참 넘어선 37년이라 한다. 또한 산불 진화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소방대원들은 다수는 최저임금으로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된 산불 예방진화대원이다. 이들은 평소 평소 산불 감시와 잔불 진화 등 보조 업부를 맡는데,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의 최일선으로 동원되어 위험을 감수한 사투를 벌인다. 평균 연령이 61세인 예방진화대원들이 특수보호장비도 지급 받지 못한 조건에서 현장 사망자도 여럿 나왔는데, 이는 오늘날 사회적 약자가 어떻게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소비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셋째, 산림이 보호와 이용 등에 관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산림청의 역할과 책임과 관련된 근본적인 검토와 재구성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산불을 계기로 매년 수백억원을 쓰는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과 이와 연관된 임도 확대 사업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산림청의 인위적 벌목과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위주의 조림 사업이 침엽수와 활엽수가 공존하는 자연숲의 산불 대응 능력을 훼손하고 있으며, 점점 늘어나는 임도가 산사태 유발은 물론 산불 확산의 경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가벼이 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불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대응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는 점점 증가하는 산불의 빈도와 강도, 피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가뭄이 잦아지면서 산불 발생도 쉬워질 뿐만 아니라 한번 발생한 산불은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산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이상기후로 인한 남서기류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넘어가 고온건조해지며 산불의 위험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이 곧 산불 재난을 방지하는 길이라는 자세로 온실가스 배출을 신속히 줄이고 재난 적응을 위한 정의로운 계획 마련을 위해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 산불은 이제 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책임 규명, 예방 대책 마련, 예산 증대에 관한 목소리도 빗발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논의가 정략적이고 관료적인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피해자 삶의 복구를 보호와 지원, 장비와 인력 등의 대응 체계, 산림청 정책과 예산의 타당성, 기후위기 대응책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며, 그 방향은 이윤이 아닌, 자연과 생명을 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논의는 관료와 소수 전문가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노동조합, 지역주민들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모든 존재를 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