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했던 젊은 청년이 일한지 1년 여만에 치명적인 독성 간질환이 발병했습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먼저 그가 일했던 업무환경을 짚어볼 것입니다. 그러나 스태츠칩팩코리아 사측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고 사실을 규명하는 대신, 책임을 회피하고자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사측은 노동자가 다루었던 유해물질에 대해 사실을 왜곡했으며 정보를 숨겼습니다. 현장조사를 비롯해 초동대응이 부실하고 현장이 보존되지 않아 이후 규명절차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승인을 받는 것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또한 진실을 규명하는 대신 사측의 주장을 수용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과 노동자가 아닌 자본의 편에 서는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노동자, 시민의 지난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체계를 그대로 둔 채로, ‘경제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반도체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고 상찬하며 제대로 안전망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산업에 특혜를 주어가며 양성한다면 그에 뒤따를 수많은 희생이 자명합니다.
반도체 특별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인력양성 지원에 관한 내용이 있습니다. 정부가 반도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인력확보를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정부는 반도체 특성화대학 및 특성화대학원, 반도체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를 지정하고 운영과 연구개발비를 지원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학인원 총량규제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증원할 수 있는 내용까지 담고 있습니다.
반면, 노동안전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으며, 도리어 노동쟁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농후합니다.
또한, 반도체 산업은 일터의 노동자에게만 유해한 것이 아닙니다. 반도체 산업은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심화하는 반환경 반기후 산업으로,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2g짜리 반도체 칩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배의 화석연료가 필요하며, 각종 유해물질과 엄청난 물이 소비됩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필요한 용수는 하루 80만톤에 달합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국에 14개의 신규댐을 건설하여 강의 물길을 막고 생태환경을 광범위하게 파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도 우려가 큽니다. 반도체 산업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4대 업종 중 하나이며, 현재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를 내뿜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전자폐기물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내연기관 차량에는 800개, 전기차 한 대에는 1500개가 넘는 반도체가 들어가며, AI와 IT 산업에도 반도체가 들어가고 막대한 전력이 소비됩니다.
더 많이 생산하면 할수록 기후환경에 대한 부담이 느는 것이 반도체 산업의 현실입니다. 삼성전자의 영업 이익이 증가하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늡니다. 우리의 삶을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이 아니라 공공재생에너지와 돌봄, 보건의료, 교통 등 사회공공성을 제고하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이렇듯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산업과 기업 이윤 체계 자체가 제고되어야할 시점에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반도체 특별법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함께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삶을 열망하는 광장의 시민들의 요구를 배반하는 길일 것입니다.
광장에서 다시 만날 세계를 외치듯, 우리는 적어도 과거보다는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18년 전 황유미, 37년 전 문송면이 그랬듯 수많은 청소년・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을 먹고 크는 산업을 현재와 미래에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경제성장보다, 기업의 이윤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노동자 시민의 생명안전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입니다. 더 값싼 인력과 기후환경을 먹거리삼아 자본의 배를 불리는 것이 결코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에 촉구합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산업재해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라!
화학물질 유해요인 정보를 노동자에게 제공하고 제대로 된 보호장비 지급 등 예방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국회는 노동자 시민 건강, 생태환경에 역행하는 반도체특별법을 폐기하고, 반도체산업을 전면 제고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