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논평]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결정을 규탄한다
11월 4일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식 당론으로 정했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을 결정하고 2020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간 여야합의로 통과되었다. 민주당 정부가 발의해 통과된 법안의 폐지를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비판하던 민주당이 ‘동의’한 것이다. 이 결정으로 민주당의 위선과 거짓은 있는 그대로 드러났다.
이재명 대표는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행하는 것이 맞겠”지만 ‘너무 어려운 주식시장과 여기에 투자하고 또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라 말했다. 그러나 금투세는 모든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연 5000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정책이다. 셈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과세 대상자는 국내 전체 주식 투자자의 1% 남짓에 불과하다. 금투세 폐지는 결국 1500만 주식 투자자가 아니라 주식 투자를 통해 가장 많은 소득을 벌어들이는 1%만을 이롭게 할 뿐이다.
또한 월급쟁이들의 소득세는 꼬박꼬박 걷어 가면서 주식 투자로 인한 소득에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은 조세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땀흘린 노동의 대가로 연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노동자들은 최소 24%의 소득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런 현실에서 주식 투자로 얻는 소득에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을 저버리는 일이다.
금투세 폐지 결정을 알리던 이재명 대표는 만연한 주가조작과 대주주 지배권 남용, 경제와 산업 정책의 실종 등을 주식시장의 위기를 야기한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주식시장이 어려운 것이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라면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이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책임은 없는듯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는 민주당의 모습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결정이 김건희-명태균 스캔들로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지는 시점에 발표된 것에 주목한다. 2016년 전국민적 촛불항쟁과 박근혜 탄핵으로 어부지리를 얻었던 경험을 되살려 장외투쟁을 하며 ‘윤석열 탄핵’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이재명과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와 같은 반서민적 부자감세 정책으로 자신들의 지지율이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이는 정책적으로 실제 크게 다르지 않은 거대 양당이 ‘적대적 의존’을 통해 권력을 독점해왔던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금투세 폐지 결정은 민중이 이재명과 민주당의 본 모습을 똑똑히 꿰뚫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치는 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거대 양당 간의 정쟁이 아니라 복합 위기의 시대 시민의 삶을 보호하고 이를 위해 시민적 권리를 신장하는 정치다. 민중은 금투세 폐지로 하나가 된 거대 양당이 이런 정치를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윤석열이 물러나고 이재명이 권좌에 앉는다 해도 달라질 것은 크게 없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힘을 모아 정치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