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 입장] 이스라엘 정부와 대사관은 학살부터 중단하라!
-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어제인 지난 11월 15일 이스라엘 대사관은 아키바 토르 대사 명의로 녹색당 김찬휘 대표에게 팔레스타인 지지 진보정당 공동 현수막의 내용에 대해 항의하고 현수막의 철거를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 녹색당은 이스라엘 대사관의 이러한 요구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먼저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학살을 멈추길 촉구한다.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 명의로 녹색당 김찬휘 대표에게 발송된 서한의 핵심은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워질 것이다)”라는 문구가 2023년 11월 6일 미 의회에서 통과된 결의안 845호에서 정의하는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이스라엘 국가와 국민을 파괴하고 이들을 팔레스타인 국가로 대체하기 위해 대량 학살(genocide)의 폭력을 촉구하는” “심각한 증오 표현(severe hate speech)”에 해당하므로 즉시 해당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것이다.
이 표현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시작된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 정책이 있다. 이스라엘 건국으로 시작된 나크바와 4차의 중동전쟁, 최근까지 점점 더 공격적으로 진행된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불법 정착촌 확대와 가자지구 봉쇄까지 문제의 기원은 ‘이스라엘의 폭력’이다. 미국과 극히 일부 국가들을 제외한 유엔 등의 국제사회는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 정책의 불법성을 규탄해왔다. 75년간 유엔에서만 130회가 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라는 문구는 이러한 이스라엘 정부의 폭력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표현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폭력에 대한 대응은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전 세계의 평화적 집회와 토론회에서 표현되기도 하고, 무력을 사용하여 폭력에 대응하는 형태로 발현될 수도 있다. 개별 사례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렇다고 해서 근원적 폭력에 대항하는 연대의 문구 자체가 증오 표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증오 표현은 “강에서부터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이스라엘의 권리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스라엘 정부와 극우 세력들이 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가장 큰 폭력과 학살을 일삼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가 자신들이 대량 학살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기원과 역사를 망각한 언어도단이다.
그 사이에도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의 병원, 난민촌, 학교 등에 하마스가 숨어있다는 명목으로 무차별 폭격을 이어가고 있으며, 사망자는 11,000명(아동 4,600명)을 넘어섰다. 생존을 위한 식수, 식량, 전기, 통신 등은 여전히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병원 인큐베이터의 전원을 공급할 수 없어 사망하는 신생아들도 늘고 있다. 어제인 15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민간인 보호를 위해 분쟁의 인도적 중단과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10월 전쟁 시작 후 처음으로 통과시켰다(미국, 영국, 러시아는 기권). 같은 날 프란체스카 알바네즈 유엔특별조사위원은 가자지구를 불법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국제법상 자결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홀로코스트 연구의 권위자이자 유대인이기도 한 라즈 시걸(Raz Segal)은 최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은 “대량 학살의 교과서적 사례(a textbook case of genocide)”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번 진보정당 현수막에도 실린 이 내용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와 대사관은 침묵하고 있다. 또한 문제의 기원인 지난 75년간 지속된 이스라엘 정부의 폭력, 그리고 지난 10월 7일부터 더욱 강화된 폭력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한번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정부는 불법 점령과 학살을 중단하라. 전쟁 기계를 멈춰라.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