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논평] 오송 지하차도 참사 1년, 기후재난 대응의 배를 돌려라
오늘(15일)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참사에 희생된 시민들을 애도하며, 녹색당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의 투쟁을 지지하고 또 연대하여 함께 싸우겠다는 말씀을 전한다.
기후재난은 해가 갈 수록 그 심각성을 더해가는데, 국가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2022년 신림동 반지하 참사, 2023년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 폭우에 의한 죽음이 매해 이어졌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올해 호우 대처에 관한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이번 장마에도 피해 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는 16글자만을 남겼다. 결국 7월 초,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10명의 시민이 또 폭우에 숨졌다. 정부는 오송참사를 비롯한 죽음들로부터 대체 무엇을 배웠는가?
기후위기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만큼 쉽게 해소될 수 없기에, 기후위기의 ‘대응’에는 탄소배출을 축소하는 ‘저감’과 기후위기의 취약성을 줄이는 ‘적응’이 모두 요구된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기후위기의 대응, 특히 적응에 실패한 결과이기도 하다. 폭우에 불어난 미호강물은 제때 정비되지 않은 제반시설부터 무너뜨렸고, 죽음은 배수펌프나 대피시설 같은 안전장치의 관리가 미흡한 지하차도부터 찾아왔다.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한 책임이 탄소를 배출한 기업도, 탄소배출과 안전관리를 방치한 국가기관도 아닌, 평범한 시민들에게 죽음과 일상의 파괴로 전가된 것이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탐욕에 책임을 물으려 찾아온 심판자가 아니다. 차라리 무한성장을 추동해온 자본주의라는 힘이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자연을 마구잡이로 헤쳐 놓은 결과다. 하지만 가장 책임이 큰 곳이 아니라,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부터 붕괴시키고 있다. 기후위기는 홈리스, 빈민, 노동자, 주거약자 등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이들, 나아가 비인간동물에게 먼저 드리운다. 안전하다는 믿음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지났을 지하차도, 여성 노동자가 홀로 일가족을 부양하던 반지하 주택, 에어컨의 찬 공기가 가득한 대학 강의실 옆 좁은 휴게실, 거리, 물류센터, 쪽방 등에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이 뒤바뀐 책임을 원인발생자에게로 되돌리는 정치가 절실한 이유다.
철저한 인재였던 오송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그리고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니, 정부가 재발방지대책은 근본적이지 못하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지하차도 내벽 일부에 설치한 몇 개의 탈출용 손잡이에 머물러 있다. 운과 완력에 생명을 맡기겠다는 동족방뇨식 엉터리 대책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리 없다.
기후위기 대응의 배를 돌리자. 기후재난의 대책을 요구하는 일은 구멍난 곳만을 때우라는 민원이 아니다. 억울한 죽음으로써 끊임없이 폭로되고 있는 기후부정의는 지하차도의 탈출용 손잡이와 같은 미봉책으로는 막을 수 없다. 오직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서만이, 모두의 삶을 지키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